점프액션이여 영원하라! 슈퍼마리오 선샤인
'점프액션'이란 말은 어딘지 모르게 구닥다리란 느낌을 주기 때문에 소수의 고인물 게이머들이나 하고 있으면 '딱'이라는 뉘앙스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점프액션 게이머 입장에선 약간 씁쓸한 단어이기도 합니다.
액션게임에선 '점프'의 의식화가 진행되어 점프액션이라고 할만한 게임은 현저히 줄었습니다. 다수의 게임들은 3D로 구성된 던젼에서 수수께끼 풀기나 탐색에 중점을 둔 액션어드벤처들입니다.
안타깝게도 발매당시 3D라는 장르와 점프의 상성은 결코 좋지 못했습니다. 2차원에서 3차원으로 축이 하나 늘어나는 것만으로 점프는 매우 문턱이 높은 액션으로 변합니다. 시점 면에서 봐도 거리감을 잡기 힘들며 착지점의 조절도 어려웠습니다. 치밀한 점프를 요구하는 것은 유저에게 고통을 강요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그 때문에 무던하고 형식적이니 점프가 되풀이되는 게임이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높낮이 차가 있으니 일단 점프나 하고 보자" 과연 그런 점프가 필요한 것일까요.
'슈퍼마리오 64'는 액션어드벤처라는 장르를 구축한 걸작이긴 했지만, 결코 점프액션은 아니었습니다. '스매시 브라더스'를 제외하면 펀치와 다리후리기를 펼치는 마리오는 이 작품뿐일 것입니다. N64의 '젤다의 전설'에서 유저가 직접 하는 점프를 없앤 것도 '점프'를 탄생시킨 주인공 미야모토 시게루 씨 나름의 고집이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요.
'이제 옛날처럼 온몸이 짜릿할 정도로 위험하고 화려한 점프를 만날 수 없단 말인가...라는 생각을 되풀이하던 중, 만나고 말았습니다. '슈퍼마리오 선샤인(이하 선샤인)"을.
한층 아름다워진 그래픽. 마치 살아있는 듯이 표현된 수면과 남국의 정서가 넘치는 돌픽 섬의 경치. 뛰어난 명암대로 인해 '햇살'이 연출됩니다.
신 액션, 물 분사. R 버튼을 꾹 누르면 등 뒤의 펌프에서 힘찬 물줄기가 솟아나와 낙서를 금세 지웁니다. 펌프를 이용한 다양한 동작도 참신하여 놀랍습니다. 각 스테이지는 8개의 스토리로 이루어져 있고 각각 보스를 쓰러뜨리고 발간 동전을 8개 모으는 목적이 설정되어 있으며, 목적을 달성함에 따라 '샤인'을 얻어 클리어해 나가는 방식입니다. 이 작업을 되풀이하여 샤인을 모으면 차츰 갈 수 있는 장소가 늘어나고 스토리가 진행되는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룰은 '슈퍼마리오 64'를 답습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당시 유행했던 액션어드벤처 같기도 하지만 잠깐! 속단하지 마시길. 이 작품은 본격적인 점프액션이었습니다. 전작과 같은 자세로 임하다간 좌절에 빠지기 딱 좋은 타이틀이었습니다.
이 작품의 점프는 '살아있는' 진짜 점프였습니다. 결코 억지로 떠미는 의식적인 점프가 아니었습니다. 플레이어의 의사에 따라 자발적으로 하는 점프입니다.
일례로 리코버 바의 스토리 1을 보면, 일직선으로 /골을 향하면 높은 벽에 부딪혀 나아갈 수가 없습니다. 때문에 바다 위에 있는 철골과 철조망을 건너 벽을 우회하여 진행하게 됩니다. 하지만 잠깐 머리를 굴려서 공중제비와 벽차기, 그리고 호버노즐을 이용해 높이 올라가면 아슬아슬하게 벽을 넘을 수 있게 됩니다.
높은 곳에 올라가려고 할 때, 멀리 있는 작은 섬에 건너간고자 할 때, 골을 향하는 길은 플레이어의 수만큼 존재합니다. 그중에는 제작자가 전혀 의도하지 못한 루트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 루트를 통해도 결과는 같습니다. 어디를 통과하는지 플레이어의 자유인 것입니다.
이 자유도를 뒷받침하는 것은 다채로운 점프와 뛰어난 조작성입니다. 그 중에서도 시종 유용하게 이용하는 것은 펌프의 물을 밑으로 힘차게 방출해 일정고도를 확보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은 물론, 제 경우에는 착지점 조절에도 많이 사용했습니다. 체공시간을 임의도 조절함에 따라 3D공간 내에서도 상당히 치밀한 점프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플레이어가 약간의 창조성을 발휘하여 자신의 의사로 공중에 올랐을 때. 그곳이 새로운 길이 됩니다. 모형정원에 갇혀서 노는 것이 아니라, 모형정원에서 자재로 '점프'를 할 수 있게 되었을 때부터 '선샤인'만의 재미가 솟아날 것입니다.
하지만 그 높은 자유도 때문에 문턱도 높습니다. 호버링을 포함해, 방수에는 독특한 조작감이 있기 때문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고, 호버링에 의한 공중제어가 가능해졌기 때문에 상당한 수준의 점프기술이 요구되는 장면도 많습니다. 후반 스테이지로 가면 루트를 찾는 데에도 약간의 발상전환이 필요합니다. 항상 게임큐브의 C스틱으로 시점을 바꿔가며 자신이 점프하기 쉬운 시점을 유지해야 하는 것도 귀찮은 점 중의 하나였습니다. 플레이어가 확실하게 능숙해질 수 있는 코스가 존재한다고 해도 비명을 지를법한 플레이어도 많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벽을 넘고, 의식화된 점프라는 개념으로부터 벗어났을 때, 플레이어는 진정한 '점프'와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 시절 낙서 지우기만으로도 즐거운 바캉스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